이미지 확대보기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5월 29일 '2026 대한민국 e스포츠 정책포럼: e스포츠의 문화 유산화'가 열렸다. 주요 내빈들이 포럼 개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30년에 가까이 쌓아온 한국 e스포츠 역사를 문화유산으로 보존하자는 제안을 담은 포럼이 국회에서 열렸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막대한 자본력을 내세워 e스포츠 산업 주도권을 노리는 것에 대응할 방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선 지난 29일 '2026 대한민국 e스포츠 정책포럼'이 열렸다. 한국e스포츠산업학회과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게임특위)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의 주제는 'e스포츠 문화유산화'였다.
e스포츠산업학회장을 맡고 있는 송석록 경동대학교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전설적인 e스포츠 선수 임요환이나 '페이커' 이상혁의 발자취, 세계적으로 처음 10만 명의 팬들이 e스포츠를 보기 위해 모인 2004년 '광안리 대첩'은 유산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며 "e스포츠를 문화유산으로 남기는 것은 필요한 것을 넘어 필연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 종주국 자부심 살리자…'e스포츠 문화유산화' 포럼 개최
이미지 확대보기송석록 e스포츠산업학회장이 e스포츠 정책 포럼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또 미국 뉴욕에서 운영 중인 초대형 게임 박물관 '더 스트롱',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가 산업으로 밀고 있는 'e스포츠 월드컵(EWC)' 등의 사례를 들며 "세계가 이미 게임, e스포츠의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발빠른 대응을 위해 뭉쳐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게이머들 사이에선 한국의 'e스포츠 종주국'이란 칭호가 큰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다. 2010년에는 중국, 2020년도 들어선 사우디가 막대한 자본을 e스포츠 대회 개최, 관련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며 종주국 지위를 노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는 올해 들어 EWC 재단의 명칭을 공식적으로 'e스포츠 재단'으로 개칭했다. 매년 여름 10개 이상 게임 종목 대회로 구성된 EWC를 개최했으며 올해는 여기에 국가 대항전 'e스포츠 네이션스 컵(ENC)'까지 개최한다. 두 대회에 도합 9500만 달러(약 1400억 원)을 투자하며 e스포츠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국제적 상황에 대응해 e스포츠를 문화유산으로 제정하자는 선언은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이날 포럼에는 민주당 게임특위원장인 김성회 의원과 같은 당의 임오경 의원은 물론 야당 국민의힘의 김승수 의원까지 축사를 보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 국가유산청, 한국e스포츠협회(KeSPA), 한국게임정책학회와 e스포츠 전문 방송 채널 OGN까지 민,관,학계을 어울러 다양한 이들이 참석해 뜻을 모았다.
e스포츠 종주국 자부심 살리자…'e스포츠 문화유산화' 포럼 개최
이미지 확대보기장영기 국가유산청 사무관이 e스포츠의 국가유산 지정의 당위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원용 기자
e스포츠의 문화유산화를 위한 구체적 정책으로 문화유산화 진흥의 법제화, 유형·무형 자산을 '예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특히 게임 IP를 민간기업이 보유한다는 e스포츠의 특성에 대응하기 위한 저작권 협의 TF 구축, 궁극적 목표가 될 유네스코(UNESCO) 등 국제기구와 논의 등이 비중 있게 언급됐다.
장영기 국가유산청 사무관은 e스포츠의 문화유산화가 정부의 문화유산 정책 기조와 어울린다고 밝혔다. 과거 정부 주도하에 '문화재'들을 지정, 관리하던 기존과 달리 이제는 근현대, 미래유산을 포괄해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국가유산'을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동범 국가유산활용학회장은 손기정과 서윤복, 새뮤얼 리 선수 등 옛 운동선수들의 물건이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사례를 소개하며 실질적인 e스포츠 국가유산 지정의 가능성을 논했다.
조현주 한국스포츠과학원 선임연구위원은 체계적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소멸위험 실태조사 △메타데이터 기반 유산 목록 작성 △공공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 △전시·교육 사업화 △국제 표준화 추진 등으로 이어지는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허건식 서일대학교 교수 역시 단기적으로는 예비유산 지정과 가치평가, 중기적으로는 유산 보존 인프라 구축, 장기적으로 산업계가 동참하는 융합 생태계 확립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