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중국 법원에서 수차례 게임 계정, 아이템 등의 경제적 가치와 상속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사진 생성=구글 제미나이(Gemini 3.1) 나노바나나2
온라인 게임의 역사가 오래됨에 따라 게임 계정과 아이템을 상속 가능한 재산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에 대한 담론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법원에선 여러차례 '게임 아이템은 상속 가능한 유산이 될 수 있다'는 판례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선 한 네티즌이 "중국에선 게이머의 유가족들이 게임 계정을 상속받을 권리를 얻기 위한 소송에 연달아 승소했다"는 제목의 게시물을 게시했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중국의 변호사이자 영어·중국어 번역가라고 소개하며 세 가지 소송 사례를 중국 법조기관 홈페이지 내 웹페이지 링크와 함께 소개했다.
해당 네티즌이 소개한 가장 최신 사례는 올해 베이징 스징산구 인민법원의 판결문을 토대로 한다. 한 여인이 사망한 자신의 아들의 게임 계정의 명의를 자신의 명의로 전환하기 위해 게임사 창유(畅游)를 상대로 청구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다.
법원 측은 "게이머가 계정이나 가상의 자산을 개발하는데 시간, 노력, 자원을 투자한 만큼 그 사용권 또한 상속이 금지되는 권리로 볼 수 없다"며 창유 측에 해당 여인의 요청에 협조할 것을 명령했다.
또 다른 사례는 왕징화(王靓华) 변호사가 뉴스 플랫폼 진리터우탸오(今日头条)를 통해 공개한 것이다. 2024년 3월 사망한 30대 게임사 임원의 부인이 게임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 계정, 암호화폐 지갑 등의 상속을 위해 각 플랫폼에 비밀번호 안내, 계정 이관 등을 요청한 일을 담고 있다.
플랫폼 측은 개인정보 보호 약관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으나 항저우 인터넷 법원은 2024년 8월 "상속권은 적법한 권리이며 이를 배제하는 약관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마지막 사례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남성이 생전 플레이하던 게임 '정투(征途)'의 희귀 아이템 '용살금도'를 두고 게임 속에서 해당 남성의 캐릭터와 연인 관계였던 캐릭터의 소유주 A와 남성의 실제 부인 B가 소유권을 다퉜다.
당시 법원은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서 한 네티즌이 "용살금도를 5만 위안(약 1000만 원)에 사겠다"고 주장한 사례가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그 경제적 가치를 인정했다. 또 고인이 해당 아이템을 얻는 과정에서 A가 게임 플레이를 통해 기여한 점을 인정해 A와 B에게 각각 절반의 가치를 상속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레딧의 해당 게시물은 며칠 만에 '좋아요'를 1900개나 받으며 여러 게임 전문 외신을 통해 기사화될 정도로 이목을 끌고 있다. 이는 올해 서구권 게임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게이머 소유권 문제, 이른바 '스탑 킬링 게임(Stop Killing Games)' 담론과 연결된다.
스탑 킬링 게임이란 게임이 실제 상품처럼 판매되고 있으나, 실제 약관 상으로는 게임이 아닌 '디지털 접근 권리'만 보장된다는 점을 문제삼은 담론이다. 이를 통해 게임사의 무분별한 서비스 종료, 네트워크를 통한 게임 서버 접속 차단 등을 막자는 주장을 핵심으로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원에선 올 5월 '게임 보호법'이 통과됐으나 현재 주의회 상원에 계류되어 있다.
온라인 게임 계정을 상속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담론은 국내에서도 지난 2024년 9월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충남 서천에 살던 50대 여성은 4년 전인 2020년에 사별한 남편이 남긴 MMORPG '로스트아크' 계정으로 플레이를 지속했다.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에서 계정 보안 조치를 취해 잠시 플레이가 불가능해졌으나, 이후 스마일게이트 측이 조치를 취함에 따라 계정 이관이 이뤄졌다.
스마일게이트 외에도 넥슨과 엔씨,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게임 계정 명의자가 사망한 뒤에도 유족이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통해 입증할 경우 계정 명의 이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를 법적 권리로 규정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제처 법제조정총괄법제관실은 이에 관해 지난해 '디지털 유산 관련 입법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법제처는 "디지털 유산은 사회적 인지도가 낮은 새로운 개념으로 이를 법률에 규정하기 위해선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며 "AI 시대로의 전환으로 기본적 개념부터 해결방안까지 입법으로 해결해야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