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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과 정신건강] ③ 알코올과 다른 '행위중독'…정신건강의가 보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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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과 정신건강] ③ 알코올과 다른 '행위중독'…정신건강의가 보는 게임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연구소장 인터뷰
기준 명확한 물질중독과 달리 모호한 행위중독
"기저 연구부터 부족…명확한 기준 수립 요원해"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6-03-16 09:00

게임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을 물으면 으레 게임 과몰입 등 '게이머의 정신 건강'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게임개발자 등 업계인의 정신적 문제와 고충 또한 존재한다. 국내 유일의 기업 정신건강 컨설팅 서비스 기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전상원 소장과 게임인들이 겪는 정신적 문제와 산업에 미칠 영향, 이를 위한 앞으로의 과제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특집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①신산업인데 '재택 No'…자율성과 팀워크의 '앙상블'
②주52시간 이상 근무는 비효율?…"게임만은 예외더라"
③알코올과 다른 '행위 중독'…정신건강의가 보는 게임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장.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장. 사진=이원용 기자

게임과 정신건강하면 게임인들은 흔히 '게임 중독'이란 키워드를 떠올린다. 멀리 보면 2013년 게임을 알코올과 마약, 도박과 묶어 중독 물질로 규제하는 법안, 이른바 '4대 중독법'이 국회에서 논의됐던 사례, 가까이는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질병 분류 기준에 게임 이용 장애를 등록하며 촉발된 '게임 중독 질병 코드' 국내 도입 논란이 있었다.

업계인들은 대부분 게임 중독이란 단어를 '주홍글씨'로 받아들인다. 게임을 술이나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로 낙인 찍어 산업 전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업계의 주류 의견이다.

게임 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게임 질병 코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지난해 10월 K-게임 현장 간담회 중 "게임이 재미있으면 몰입도가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것", "억압하는 것이 아닌 부작용에 대처하며 산업적 기회로 만들어야한다"는 등 게임을 중독 물질로 보는 것에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장은 "정신의학 관점에서 중독을 보자면 알코올과 니코틴, 마약 등은 '물질 중독', 게임은 도박이나 주식투자,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이용 등과 함께 '행위 중독'의 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물질 중독은 특정 물질에 대한 내성과 금단 증상 유무 등 명확한 기준이 있으나 행위 중독은 이를 나눌 기준 자체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진단통계편람(DSM)에선 인터넷 게임 중독을 카페인 중독과 더불어 '연구가 더 필요한 현상'으로 보고 있어 WHO의 결정과는 차이를 보인다. 전상원 소장은 이를 언급하며 "게임 중독은 알코올 등 물질 중독과 달리 생활 언어적 표현으로 정식 진단명으로는 주류 의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게임 등 행위 중독을 물질 중독과 구분해서 보아야한다는 의견과 별개로 게임의 부작용은 경계해야한다는 것이 전 소장의 입장이다. 그는 "국내 정신과 현장에선 일하는 이들 사이에선 아동·청소년은 조절, 제어 역량이 낮아 이들의 무분별한 게임 이용이 문제를 낳는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며 "부모 등 가족에게만 모든 것을 맡길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장의 목소리가 있음에도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유감 또한 표현했다. 전 소장은 "학계에서도 게임 문제가 거론되면 으레 '게임 중독만 따로 분류하는 것은 어려우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자'는 반론이 따라 나온다"며 "게임을 넘어 다른 행위 중독 원인들도 기저 연구 부족, 이에 따른 기준 모호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아 앞으로도 명확한 기준이 세워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5년 6월 13일 개최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대응 특별 세미나' 현장의 모습. 왼쪽부터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게임센터장, 윤태진 국제디지털게임연구학회(DIGRA)한국학회장, 박순애 서울대학교 교수.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5년 6월 13일 개최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대응 특별 세미나' 현장의 모습. 왼쪽부터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게임센터장, 윤태진 국제디지털게임연구학회(DIGRA)한국학회장, 박순애 서울대학교 교수. 사진=이원용 기자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설립 14년차를 맞이한 연구 기관으로 제조업과 유통업,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전상원 소장은 "협력 업체 중 25%가 IT 등 4차 산업 기업으로 누구나 이름을 알만한 IT기업은 물론 국내 게임사들과도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앱센티즘(근로자가 건강 문제로 결근하여 생산성이 저하되는 현상)에만 집중했으나 프리젠티즘(근로자가 건강 문제를 안고도 출근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생산성 저하가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며 "특히 직원 개개인의 창의성, 생산력이 중요한 게임 등 IT산업 쪽에서 더욱 정신건강에 관심을 갖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향후 목표를 묻자 아이러니하게도 "본 연구소와 같이 기업을 위한 정신건강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과 기관이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답변했다.

전상원 소장은 "기업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임직원 정신건강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으나 이에 관심을 갖는 기관은 물론 개별 인재조차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 연구소가 14년 동안 쌓아온 데이터와 노하우를 폐쇄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활용해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접근해 기업 정신건강 컨설팅 분야의 저변을 더욱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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