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2025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한 중국 빌리빌리 게이밍(BLG) 선수들이 16강 탈락이 확정된 후 경기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사진=LOL e스포츠 공식 유튜브 채널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에 있어 한국과 양대산맥으로 꼽히던 중국이 추락하고 있다. 국제 대회에서 연이은 부진 끝에 안방에서 열린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 대잔치'를 지켜보게 됐다.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지난 1일과 2일 열린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4강전에선 한국의 KT 롤스터와 T1이 승리를 거뒀다. 두 팀은 오는 9일 청두 동안호 스포츠공원 다기능관에서 우승컵을 두고 맞붙는다.
통신사 모기업을 둔 두 기업의 라이벌 매치가 월드 챔피언십 역사 상 처음으로 열리며 국내외 e스포츠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KT는 창단 이래 첫 월드 챔피언 등극, T1은 역대 6번째 우승이자 2023년과 2024년 우승에 이은 '3연패'를 두고 맞붙게 돼 더욱 의미 깊은 결승전이 될 전망이다.
중국 e스포츠 업계에겐 마음 놓고 웃기 어려운 결과다. 2021년 에드워드 게이밍(EDG)의 우승 이후로 지난 4년 동안 되찾지 못한 우승컵을 또 다시 한국에 내주는 것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한국 용병이 포함되지 않은 순혈 중국인 팀이자 1순위 우승후보였던 빌리빌리 게이밍(BLG)은 예상 외의 부진으로 16강 문턱에서 무너졌다. 한국 용병과 함께한 팀들도 8강에서 애니원스 레전드(AL), 4강에서 탑 e스포츠(TES)가 각각 T1에게 무릎을 꿇었다.
월드 챔피언십 외에도 LPL은 올해 국제전에서 유독 부진했다. 전반기 최대 국제 대회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3월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 모두 결승 진출이 좌절, 각각 한국의 한화생명 e스포츠와 젠지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봤다.
LOL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하지 못한 차상위 팀들 간의 이벤트 매치 'LOL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에서도 한국의 BNK 피어엑스와 디플러스 기아, 농심 레드포스가 톱3를 휩쓸었다. 라이엇 게임즈가 아닌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주관한 'e스포츠 월드컵' LOL 종목 경기에선 그나마 AL이 결승에 올랐으나 이 마저도 젠지에 패배, 준우승에 머물렀다.
안방서 '한국 결승전' 구경, 중국 LOL e스포츠는 왜 몰락하나
이미지 확대보기2025년 9월 21일, 중국 LPL 서머 스플릿 결승전이 열린 선전시 유니버시아드 스포츠 센터 현장의 모습. 사진=LPL
LPL의 계속되는 성적 부진에 대해 중국 내부에선 '추락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온다. 2021년 정부가 시행한 '강력 셧다운제'로 인해 e스포츠의 근간을 이룰 유스, 즉 어린 선수들의 체계적 육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21년 8월 미성년자가 온라인 게임을 금요일과 주말, 공휴일에 정해진 시간에만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내용의 게임 금지 제도를 도입했다.
강력 셧다운제 시행이 길어짐에 따라 중국의 유스 풀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중심이 되는 2부 리그 팀들 간의 온라인 국제 대회 '아시아 마스터즈에서 중국 2군 팀들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4강에 단 한 팀도 올라오지 못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국제전 성적 약화는 리그 전체의 규모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17개 구단 체제로 운영돼온 LPL은 올해 16개 구단 체제로 운영됐다.
중국 현지 LOL e스포츠 정보통으로 유명한 왕한위 스포츠 에이전트는 최근 소셜 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LPL은 내년 14개 팀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선 국제전 우승 경험이 있는 로얄 네버 기브업(RNG)의 퇴출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RNG는 MSI 3회 우승, LPL 5회 우승 등의 기록을 세운 '명가'이나 지난 몇 해 동안 재정난으로 선수 임금이 체불되고 있다는 구설수에 시달렸다. 올 6월 관련 소송에서 패소, 현지 법원에서 1억6200만 위안(약 325억 원)대 배상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