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29주년을 앞둔 게임업계 큰형님 엔씨소프트가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시성 강화 차원에서 소프트를 뺀 '엔씨'로 사명을 줄일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내부적으로 "사명 변경을 위한 막바지 절차를 검토 중"이다. 시기를 고려하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논의해 '엔씨'를 새로운 사명으로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사명 변경이 이뤄진다면 1997년 3월 창사 후 28년 만에, 내년 3월 이후가 된다면 29년 만의 개칭이다. 엔씨소프트는 기존에도 '엔씨'라는 약칭으로 불려온 만큼 게임업계인들 사이에 혼란을 일으킬 우려도 적다.
엔씨라는 이름의 명확한 유래는 불분명하다.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가 '차세대 회사(Next Company)'를 지향했다는 설, 영화를 뛰어넘어 '차세대 영화(Next Cinema)'와 같은 게임을 개발하자는 뜻을 담았다는 설 등이 유력하다. 이 외에도 '끝없는 변화(Never ending Change)'라는 뜻 또한 담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명 변경의 목적은 명확히 알려지진 않았으나 여러 게임업계인들은 글로벌 진출 지향이라는 최근의 비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해외 지사들은 이미 엔씨 웨스트(NC West)와 엔씨 아메리카(NC America), 엔씨 유럽(NC Europe), 엔씨 재팬(NC Japan), 엔씨 타이완(NC Taiwan), 엔씨 베트남 비주얼 스튜디오(NC Vietnam Visual Studio) 등 '엔씨' 기반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0년 기존의 'NCSOFT' 영문 로고를 'NC'로 단순화한 로고를 채택했다. 최근 분사한 자회사들도 엔씨큐에이(NC QA)와 엔씨아이디에스(NC IDS), 엔씨에이아이(NC AI) 등 엔씨란 이름 만을 활용하고 있어 '브랜드 통합'을 통한 인지도 제고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노리는 엔씨소프트, 사명 '엔씨'로 변경 추진
이미지 확대보기엔씨소프트가 2020년 변경한 새 로고(위)와 변경 전 기존 로고. 사진=엔씨소프트
사명에서 '소프트'란 이름을 빼는 것은 사명 단순화를 통한 브랜드 제고 외에도 회사의 방향성을 확실히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씨와 더불어 3N으로 묶이는 넥슨과 넷마블은 게임 퍼블리싱 역량을 갖춘 가운데 여러 개발사가 뭉친 연합체의 성격을 갖고 있다. 반면 엔씨는 철저히 '자체 개발 게임'에 집중해 성과를 거둬온 게임사로 분류됐다.
그러나 2020년도 들어 해외 시장 공략,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에 대한 회사 내외의 요구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외부 투자를 통한 게임 퍼블리싱에 도전하는 한편 IT 부문 전반을 아우르며 사업 다각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스웨덴 신생 게임사 문 로버 게임즈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엔씨가 서구권 게임사에 투자한 것은 2015년 캐나다 디스게임스튜디오의 지분을 취득한 이후 9년 만의 일이었다. 이후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폴란드의 버추얼 알케미, 미국 엠티베슬 등에 연달아 투자했다.
게임 외 분야에선 앞서 언급한 자회사 NC AI가 높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인공지능 기초 모형(AI 파운데이션 모델)에 참여할 5개 정예팀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NC AI는 현재 포스코DX와 롯데이노베이트, MBC, NHN, 서울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14개 기업·기관과 함께하는 컨소시엄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