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스토리 초반, 플레이 가능 캐릭터 '레이'가 치명상을 입는 컷씬 화면을 캡처한 것. 사진='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CBT 버전 플레이 화면 캡처
게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업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애니메이션 풍 아트를 전면에 내세운 캐릭터 수집형 RPG, 이른바 '서브컬처 RPG' 시장에서도 종주국 일본과 주요 시장인 한국, 중국의 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이 다양한 신작을 내놓고 때로는 힘을 합치는 '춘추전국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산하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 중인 차기작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악몽(Nightmare)과 혼돈(Chaos)을 무(Zero)로 되돌린다는 이름대로 이러한 서브컬처 RPG 혼란의 시대 속에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신작으로 게이머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 양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과 스마일게이트 PC게임 플랫폼 '스토브'에선 지난 18일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 버전이 공개됐다. 사전 선정된 이용자들에 한해서 오는 22일까지 테스트가 진행되며 정식 출시 목표 시점은 올 연말이다.
[리뷰]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호러 서브컬처' 새 문 열다
이미지 확대보기'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인게임 전투 화면. 사진='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CBT 버전 플레이 화면 캡처
게임의 기본적인 틀은 기존 캐릭터 수집형 RPG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다양한 미소년·미소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메인 이벤트 스토리, 차별화된 외모와 성격, 게임적 특색을 갖춘 캐릭터들을 수집·육성하는 요소, 확률 뽑기를 통해 캐릭터를 획득하는 데서 매출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BM)이 대표적 사례다.
메인 스토리 초반부는 여러 의미에서 강렬하다. 멸망한 지구를 되찾기 위한 인류의 작전이라는 다소 어두운 배경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요원들과 함께 하는 턴제 전투에 어렵지 않게 적응하며 플레이할 수 있으나, 단 10분 만에 주인공 일행의 소녀가 거대 괴수의 손아귀에 쥐어짜여 치명상을 입는 연출이 나온다.
게임 내 콘텐츠로도 잔혹하고 어두운 '호러' 요소들이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전투 중 '스트레스' 수치가 한계치를 넘으면 정신적으로 '붕괴'하는 캐릭터들의 모습, 캐릭터들의 과거 정신적 상처를 파고드는 '트라우마 코드' 등이 대표적이다.
[리뷰]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호러 서브컬처' 새 문 열다
이미지 확대보기캐릭터의 스트레스 수치가 한계치를 돌파하면 '붕괴' 상태가 된다. 캐릭터 '트리사'가 붕괴한 모습. 사진='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CBT 버전 플레이 화면 캡처
캐릭터의 정신력을 회복하기 위해 냉혹하게 '기억 소거' 명령을 내리는 선택지가 존재하며 하드코어 모드에선 캐릭터가 사망하는 연출 '데스 씬'까지 볼 수 있다. 개발진에 따르면 각 보스 몬스터마다 고유한 연출이 존재해 약 30종의 사망 연출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업데이트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추가될 전망이다.
서브컬처 RPG는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외형적 매력과 스토리 상에서 드러나는 성격, 주인공과의 관계성을 부각하고 이를 수집·육성하는 욕구와 연결시켜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캐릭터의 외형을 과감하게 표현하거나, 세계 멸망이란 위기 속에 캐릭터들의 의지가 잠시 꺾이는 것을 스토리적 연출로 표현한 사례는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플레이 가능 캐릭터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인게임 시스템과 결합해 적나라하게 연출한 게임들은 소수 마니아층을 노리는 인디 게임 외에는 보기 어려웠다.
[리뷰]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호러 서브컬처' 새 문 열다
이미지 확대보기'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중 캐릭터의 데스 씬 연출을 캡처한 것. 사진=슈퍼 크리에이티브
게임 개발을 총괄한 김형석 슈퍼크리에이티브 대표는 사전 쇼케이스에서 "게임 개발 중 확신한 것은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와 같은 게임은 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며 '벤치마킹' 또한 활발히 일어나는 게임 생태계를 고려하면 다소 과장된 표현이다. 그러나 대형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참여한 작품에서 캐릭터들이 망가질 정도의 '호러' 요소를 강조한 서브컬처 RPG를 출시한 전례는 없었다는 점에서 아주 근거가 없다고 보긴 어려운 발언이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주류 게임 시장에서 제대로 된 '서브컬처 호러' 장르에 도전한 첫 게임으로 자리 잡을 잠재력이 충분하다. 독특한 시스템에 주목한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이들을 노린 '후발주자'들도 나타날 전망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 개발하고 적절한 소통, 운영을 더해 호러 서브컬처 장르의 '알파'이자 '오메가'로 남는 것이 다음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