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사가 정해둔 규칙을 벗어나 손쉽게 승리와 게임 내 재화를 편취하는 불법 프로그램, 이른바 '핵'에 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국회의원은 지난 28일 같은 당 의원 19명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등과 더불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게임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공, 승인되지 않은 프로그램이나 기기, 장치'를 제작·배포하는 행위와 '제공·승인되지 않은 게임물'을 제작·배급·제공·알선한 행위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에는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데 그쳤던 것을 게임법 상 최고 수위인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바뀐다. 아울러 이러한 행위로 거둔 범죄수익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몰수 혹은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한다.
미승인 프로그램·장치를 제작, 배포하는 것을 넘어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도 더해진다. 현행법 상 최고 수준인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매기는 대상에 앞서 언급한 '미승인 프로그램, 기기, 장치 혹은 게임물' 등을 이용한 자를 추가하는 형태다.
핵은 '해킹을 통해 제작한 프로그램'의 준말이다. 1인칭 슈팅(FPS)이나 3인칭 슈팅(TPS) 등 슈팅 게임에서 흔히 활용되는 조준점 보정 기능, 이른바 '에임핵'과 게임 내 지도를 훤히 보며 상대의 위치 정보를 파악하는 이른바 '맵핵'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핵을 활용해 범죄 수익을 버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22년에는 '펍지: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 유명 슈팅 게임 핵을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한 후 국내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약 2만7000회 판매, 약 7억8000만원의 범죄 수익을 거둔 20대가 A씨가 재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A씨는 게임법 위반 행위, 게임사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고 추징금 1억3012만원, 사회봉사 160시간을 부과받았다.
전용기 의원은 해당 사례를 인용해 "핵에 따른 범죄수익에 상응하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 해외 불법 프로그램 제작·배포자를 국내에서 적발할 시 강력 처벌하고, 핵 이용자를 발견한 게임 운영사가 이를 의무적으로 신고를 하도록 하는 등 개정안도 연구,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임업계는 해당 법안을 긍정적으로 보는 눈치다. 핵 이용으로 인한 게임 생태계 교란은 정상적인 다수 이용자들의 이탈로 이어져 게임사에게 손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핵 이용자는 일반적으로 '악성 이용자'로 분류돼 신고 시스템에 따라 계정 정지 조치가 이뤄진다. 이에 더해 개발사 차원에서 핵이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파악, 기술적으로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핵을 개발, 배포하는 이들의 기술과 수법도 나날이 발전해 '창과 방패'의 군비 경쟁과 같은 구도가 형성된다. 개발사 차원의 대응 만으로 핵을 '완전한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처벌 수위가 올라가는 것 외에도 핵 이용자에 과태료를 물리는 조항으로 '낙인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핵을 이용하는 것 그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 제고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의안이 낳을 부작용이나 미비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대리 게임 처벌 규정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으로는 '핵'이 아닌 미인가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과도한 제재가 가해질 우려가 있다"며 "글로벌 서비스 게임의 경우, 결국 해외 이용자의 핵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이용자들이 느끼는 피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실효성 관련 우려도 있다"고 평했다.
이철우 변호사는 "게임사의 정상 운영, 이용자들의 쾌적한 이용을 목적으로 개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개정안 발의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처벌 조항 외에도 개정안 보완 차원에서 게임 이용 교육, 에티켓 홍보 등을 병행하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해결 방안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