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버추얼 유튜버(버튜버)와 협업 밀도를 높이고 있다. '미소녀 캐릭터'를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는 서브컬처 게임 분야는 물론 캐주얼, 하드코어 게임 개발·운영사들도 젊은 세대, 해외 이용자층 공략의 교두보로 버튜버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플레이위드코리아는 최근 모바일 MMORPG '씰M'에 일본 버튜버 '토키노 소라', '로보코씨'와 컬래버레이션한 콘텐츠들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훈각과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등 모든 지역에서 테마 코스튬, 펫 등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토키노 소라와 로보코씨는 일본 최대 인기 버튜버 그룹으로 꼽히는 '홀로라이브 프로덕션' 안에서도 최고참인 멤버들이다. 각각 2017년, 2018년 데뷔했으며 둘 모두 100만명 이상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특히 소라는 버튜버 외에도 연예 기획사 빅터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엔픽셀 산하 파이드픽셀즈가 개발, 카카오게임즈가 배급을 맡은 방치형 RPG '그랑사가 키우기 나이츠x나이츠'의 마케팅에서도 버튜버가 중요한 키워드로 언급됐다.
민병철 파이드픽셀즈 사업이사는 지난달 31일 열린 게임 마케팅 콘퍼런스 '모던 그로스 스택(MGS) 2024'에서 "일본 시장 특징을 고려해 출시 전 부터 유명 애니메이션 '장송의 프리렌'과 컬래버레이션한 것, 홀로라이브 버튜버를 통한 마케팅을 나선 것이 성공적 결과를 만드는 데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국산 게임들이 버튜버와 협업하는 것이 낯선 것은 아니다. 스마일게이트의 서브컬처 턴제 전투 RPG '에픽세븐'이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 출시 시점부터 자체 버튜버 '세아스토리'를 운영했다. 이후 일본 유명 버튜버 '키즈나 아이'나 앞서 언급한 홀로라이브의 영어권 멤버 '타카나시 키아라', '오로 크로니'와 컬래버레이션했다. 올 4월에는 국내 버튜버 그룹 스텔라이브의 '아이리 칸나'와도 공식 OST를 협력 제작했다.
이 외에도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나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 스튜디오비사이드 '카운터사이드' 등 수집형 RPG들이 홀로라이브 등 유명 해외 버튜버들과 협업을 선보였다. 지난해 말 지스타에는 넷마블이 차기작 서브컬처 RPG '데미스 리본' 홍보를 위해 국내 유명 버튜버 그룹 '이세계아이돌'을 주요 게스트로 선보였다.
기존에는 이와 같이 서브컬처 수집형 RPG들과 버튜버들 사이의 협업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그 협업 범위가 보다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가는 모양새다. '그랑사가 키우기' 원작 '그랑사가'는 카툰 렌더링 그래픽을 활용하긴 했으나 MMORPG였다. '씰M'의 경우 원작이 2003년 출시된 장수 MMORPG IP다.
지난해 말에는 크래프톤이 1인칭 슈팅(FPS) 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 모바일' 일본 현지 마케팅 과정에서 홀로라이브의 '우사다 페코라'와 협업했다. 게임업계 외에도 롯데 시네마와 메가박스 등 극장가, 현대백화점 등 유통계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통한 버튜버들과의 제휴 행사에 관심을 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버튜버가 이토록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로는 이들이 단순히 인플루언서인 것을 넘어 캐릭터로서도 IP 파워를 갖고 있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기존의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같은 단발성 협업과 인게임 컬래버레이션, 나아가 굿즈 머천다이징(MD)까지 보다 장기적, 복합적인 협업을 통해 보다 밀도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서브컬처 종주국으로 꼽히는 일본은 물론 중화권, 동남아시아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협력 상대로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에는 게임업계를 넘어 미국의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가 홀로라이브 오프라인 제휴 행사를 여는 등 프로 스포츠 차원에서도 버튜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 개발사 넥슨게임즈의 김용하 이사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순천향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협력 주최한 오픈 특강에서 버튜버가 '캐릭터 콘텐츠 업계의 주요 트렌드'라고 짚었다. 그는 "버튜버들이 자체적으로 IP화가 이뤄짐에 따라 게임을 비롯한 기존 콘텐츠업계와 결합하는 사례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