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더포션이 개발한 인디 게임 '산나비'가 일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독특한 게임성과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 등 '감성 게임'으로 인정 받는 모양새다.
국내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팬들 사이에선 최근 일본의 '츠노마키 와타메(角巻わため)'가 산나비를 플레이한 방송이 회자되고 있다. 와타메는 일본 인기 버튜버 그룹 '홀로라이브 프로덕션'의 멤버로서 유튜브 구독자 155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올 1월 롯데시네마에서 '라이브 뷰잉' 행사가 열리는 등 국내에도 적지 않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평소에도 감성적인 면이 많은 스트리머로 꼽혔던 와타메는 한국에선 '양 이모'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산나비의 주요 장면마다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바다 건너서도 눈물 바다를 만든 감성 게임'이라며 산나비를 호평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서브컬처 IP '페이트' 시리즈로 유명한 나스 키노코(奈須きのこ) 시나리오 라이터 게시물을 통해 "픽셀 아트 게임이기에 가능했던 감동이 있던 게임"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스팀에 나온 와이어 액션 게임에 가벼운 마음으로 발을 들였다가 게임 작가로서 치사에 가까운 피해를 받았다 싶을 정도로 충격을 받은 게임"이라며 "자세한 내용을 말했다간 게임의 빛을 해치게 될 것"이라며 시나리오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산나비는 원더포션이 개발하고 네오위즈가 배급을 맡아 2023년 11월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조선이 로봇이 가득한 미래까지 존속됬다는 일종의 대체 역사,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주제는 가족애로, 전직 군인인 특수부대원 주인공이 딸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파헤치던 중 수수꼐끼의 해커 소녀 '금마리'와 엮이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일본과는 다소 동떨어진 '조선 사이버펑크'임에도 산나비는 일본 시장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도트 그래픽 플랫폼 어드벤처 장르, 가족애를 내세운 감성적이고 완성도 높은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다.
현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도 영향을 미쳤다. 배급사 네오위즈는 지난해 출시를 앞두고 도쿄 게임쇼에서 '산나비'를 출품했다. 올 2월에는 일본 현지에 최적화된 번역판을 업데이트했다.
네오위즈 공식 유튜브에 게재된 인터뷰 영상에서 유승현 원더포션 대표는 "대부분의 사이버펑크 테마 매체들은 중국이나 일본을 배경으로 해 '조선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만드는 데 고민이 많았다"고 언했다. 스토리 구상에 있어선 미국 영화 '인터스텔라'와 더불어 일본의 '공각기동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산나비의 성과는 대표와 개발자 2인, 아티스트 2인 총 5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개발사가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유승현 대표는 "2020년 부산 인디 커넥트(BIC)를 통해 네오위즈와 만나게 됐다"며 "하나 하나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발 외 거의 모든 부분에서 도움을 받아 철저히 게임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원더포션 측은 향후 산나비 IP를 활용한 후속작도 선보일 예정이다. 유 대표는 "당초에는 산나비와 같은 배경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메트로배니아' 장르 게임을 만들고 싶었으나 인원, 시간의 부족으로 선형적 스토리라인을 가진 게임으로 마무리했다"며 "본편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짧은 DLC(다운로드 가능 확장팩), 확실히 정해지진 않았으나 후속작까지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