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라는 게임이 오독되기 쉬운 부분 중 하나가 있다면 이 게임이 인간의 윤리에 대해 논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게임의 주인공인 선생을 '책임을 지는 어른'으로 묘사하면서 인간, 어른, 책임, 윤리, 도덕, 어둠 등을 대중들이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매진 게임 네트웍스(IGN)에서 수차례 게임 평론을 기고해온 인디 게임사 비트겐의 배상현 대표이사가 올 4월 서울에서 열린 '인터랙티브 아트 콘퍼런스(IAC) 2024'에서 양주영 넥슨 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 디렉터와 함께 세션을 진행하던 중 한 말이다.
넥슨은 최근 블루 아카이브 국내 서버에 메인스토리 Vol.5 '백화요란'편 1장 '피어나길 바라는 꽃망울처럼' 후반부(14화~26화)를 업데이트했다. 앞서 전반부에서 소개한 여러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을 통해 거짓, 기만이란 개념에 대한 윤리적 고민을 담은 것이 눈에 띄었다. 이후 본문에선 메인 스토리 관련 내용을 본격적으로 언급하는 만큼 스포일러(내용 유출)를 피하고 싶은 독자들은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스토리 후반부에선 전반부에 그 모습이 예고됐던 빌런 집단 '화조풍월부'가 백귀야행 연합학원을 향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다. 화조풍월부의 행동대장 '야부키 슈로'는 사람의 마음 속 부정적 감정에서 힘을 얻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를 이용해 전반부 스토리 중 큰 마음의 상처를 입은 카데노코지 유카리를 인질로 잡고 축제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백화요란 분쟁조정위원회가 해산하게 된 결정적 원인 또한 화조풍월부인 것으로 확정된다. 위원회의 부장 '아야메'는 화조풍월부의 음모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공격했으나, 역습을 당해 오히려 포획당한다. 부부장 고료 나구사는 그 과정에서 오른팔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되고, 아야메를 대신해 위원회를 이끌 자신감마저 잃어 부부장의 지위를 포기하게 된다. 이것이 위원회 전체의 해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나구사가 앞서 메인스토리 1부 최종장에 등장했을 때, 자신을 '백화요란을 코스프레한 학생'이라 묘사했던 것 또한 복선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야메라는 진정한 부장 옆에 있기 위해 가면을 쓴 존재에 불과하며, 사실은 부부장이라는 지위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자책해왔다.
화조풍월부의 슈로는 이를 철저히 후벼파며 나구사를 '거짓말쟁이'로 매도해 전의를 꺾으려 한다. 이와 더불어 유카리 역시 선생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이 유력가문 카데노코지 소속이었다는 점을 숨겼다는 것, 백화요란의 2학년생 '후와 렌게'와 '키류 키쿄' 역시 유카리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짐짓 거짓을 말했던 것도 지적하며 '각자는 최선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최악의 파국'이라는 말로 그들을 조롱한다.
선생은 이에 "거짓말은 사실 평범한 일일 뿐,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거짓된 자신을 연기하는 것을 계속 지키려고 노력한다면 결국 진짜가 되는 법", "거짓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더라도 화해를 통해 되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아이들을 설득한다.
백화요란의 학생들은 이를 통해 다시 희망을 가진다. 유카리를 거짓말로 매도했던 키쿄는 나구사의 품에 안겨 "내 실수 때문에 유카리에게 상처를 입혔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나구사 역시 "아야메 때와 같이 소중한 이들을 두 번 잃을 수는 없다"며 부부장의 가면을 쓰고 코스프레하는 것이라 해도 이를 관철하겠다는 말과 함께 용기를 내 화조풍월부에 맞선다.
이러한 선생과 학생들의 모습은 에덴조약' 편이나 최종장 등에서 수차례 강조됐던 '학생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이를 속죄할 기회를 주는 것이 어른'이라는 메시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와 더불어 '거짓말의 평범성'에 대한 도덕, 윤리적 고민 또한 담고 있다.
백화요란 학생들의 거짓말은 비록 도덕적으로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결국 되돌릴 수 있는 '실수'였다. 반면 슈로와 화조풍월부의 행보는 거짓말은 하지 않았더라도 많은 이들을 의도대로 조종하려 한 '기만'이었고 선생이 대적해야 할 '악행'이었다. 마이클 샌델이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기만의 문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사람들을 오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층 복잡해진다"고 말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윤리적 메시지를 담은 시나리오 외에도 이번 스토리에선 음양부와 마츠리 운영 관리부, 수행부, 인법 연구부 등 기존의 백귀야행 학생들이 저마다 제 역할을 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망량즈의 새로운 캐릭터 '아라타'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줬고 새로운 총력전 보스 '묘귀 쿠로카게' 또한 적절하게 예고됐다.
다만 화조풍월부의 공격 방식인 '괴담', '황혼' 등의 원리나 그들이 테러를 벌이는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앞서 '에덴조약'편의 적 아리우스 학원, 1추 최종장의 상대인 '프레나파테스' 등과 비교했을 때 이러한 부분이 더욱 두드러진 편이다.
백화요란 편은 이제야 1장이 마무리됐고, 1부 최종장에서 중요 키워드로 부상한 대 예언자 '쿠즈노하' 또한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진 않았다. 아직 많은 이야기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후 스토리에서 이러한 부분들이 보다 자세히 다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