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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과 정신건강] ② 주52시간 이상 근무는 비효율?…"게임만은 예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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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과 정신건강] ② 주52시간 이상 근무는 비효율?…"게임만은 예외더라"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연구소장 인터뷰
'크런치' 만연한 게임계…'셧다운 휴가'가 현실적 방안
"언젠간 나의 게임을"…지쳤어도 미래 꿈꾸는 게임인들
정신과 이력=나쁜 경력?…"기업은 '인프라'만 깔아야"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6-03-12 09:00

게임을 놓고 정신 건강 문제는 과거에는 이용자들의 과몰입으로 국한됐다. 게임 산업이 고도화 되면서 최근에는 정신 건강 문제가 게임 개발자와 업계인에게까지 확대됐다. 이에 국내 유일의 기업 정신건강 컨설팅 서비스 기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전상원 소장과 인터뷰를 통해 정신 건강 문제가 게임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주]

①신산업인데 '재택 No'…자율성과 팀워크의 '앙상블'
②주52시간 이상 근무는 비효율?…"게임만은 예외더라"
③알코올과 다른 '행위 중독'…정신건강의가 보는 게임

서울 구로 소재 넷마블 게임박물관 중 게임개발환경 전시관의 모습.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구로 소재 넷마블 게임박물관 중 게임개발환경 전시관의 모습. 사진=이원용 기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기업 임직원들의 정신건강 분석, 개개인별 상담과 치료는 물론 기업 요청에 따른 통계 자료 수집과 분석 등 데이터 기반 컨설팅도 제공한다.

게임사에 실제 컨설팅을 제공하던 과정에서 있었던 특기할만한 사례에 대해 묻자 전상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장은 근무시간에 따른 직원의 업무 생산성, 효율성 평가 자료 사례를 소개했다. 약 6개월에 걸쳐 직원 간 평가, 임원의 성과 평가를 개개인별, 부서 별로 나눠 하는 형태였다.

전상원 소장은 "다른 직군의 경우 법정 최대 근무 시간인 52시간이나 이를 조금 넘어선 60시간을 넘어갈 경우 생산성, 효율성이 감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도 "게임 산업만은 예외적으로 주 60시간을 넘어 70시간 내지 80시간까지도 효율이 유지되다 그 이후가 되어야 줄어드는 분석 결과가 도출됐다"고 말했다.

게임산업만이 유독 장기 근무 효율이 높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게임이라는 몰입형 콘텐츠에 친숙한 만큼 자연히 업계인의 평균적인 집중력이 높다는 점, 게임 출시와 업데이트 마감에 따른 '크런치(고강도 집중 근무)'에 많은 직원들이 익숙하다는 점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이렇듯 게임업계에 만연한 크런치에 대해 '게임산업의 특수성'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긍정론과 '노동자의 권리 침해'라는 비판론이 혼재한다. 게임업계 바깥의 시선은 물론 업계 내부에서도 이에 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 소장은 "게임사들의 근무 체계를 살펴보면 지속적인 집중 근무 프로젝트가 해결될 경우 며칠, 때로는 열흘 이상 장기 휴가를 주는 등 '셧다운 휴가' 형태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며 "경쟁이 치열한 게임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의학적으로 살펴보면 인간은 1개월, 1주 단위 외에도 하루 동안에도 정신을 쉬게 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주60시간 이상의 집중 근무와 이를 보상하는 셧다운 휴가도 장기적 관점에선 정신건강 악화와 '번아웃'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다 나은 대안,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요해보인다"고 덧붙였다.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장.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장. 사진=이원용 기자

한국 게임사들은 대부분 패키지 게임이 아닌 라이브 서비스가 이뤄지는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실시간 반응에도 민감한 편이다.

전상원 소장은 "타 산업의 당직이나 의료계의 응급 구조 업무처럼 게임업계 또한 업데이트 오류 등에 따른 비상 근무를 가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차원에서 이에 대한 인력 배치, 시간 안배를 잘못할 경우 아무리 높은 연봉으로 보상한다 해도 결국 직원의 장기 휴식, 퇴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것이 실제 산업에서 큰 문제인가에 대해선 "중소기업의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으나 규모가 크고 인적자원이 풍부한 대기업에선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적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별 직원들과 정신건강 상담, 치료를 받을 때의 특징에 대해 묻자 전상원 소장은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는 상담자 중 상당수는 '내가 원하는 직장 생활이 아니었다'는 대답을 하더라"며 "새로운 것, 재미있는 것을 만들고 있다는 대답은 거의 없고 자신이 원하던 창의적 업무와는 달리 회사의 방향성에 맞는 게임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 아닌 다른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라고 술회했다.

게임업계인들의 특징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다는 점이다. 전 소장은 "직장에서 보람을 잃은 이들에게 왜 일을 하냐고 물으면 '먹고 살 방법이 이것 뿐이라', '가족을 먹여살려야해서'와 같은 답변이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게임 산업에서도 '할줄 아는 게 게임 개발이니까'라는 답변을 하지만 그 외에도 '언젠가 내 능력을 인정 받겠지', '내가 원하는 게임을 개발할 날이 오겠지'라는 희망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신과를 두고 치료 이력이 취업, 승진 등에 있어 불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기업 차원의 정신건강 상담, 치료 지원 프로그램 또한 같은 이유로 직장인들이 꺼릴 수 있지 않을까 묻자 전상원 소장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우려"라며 "그렇기에 기업이 임직원의 정신건강을 챙겨주는 것은 역설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기업의 역할은 자신과 관계없는 외부 기관과 연계해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서 멈춰야한다"며 "회사가 직접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으며 내부 상담실에도 반드시 외부의 상담사를 배치해야하고 상담·치료 정보 요청도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3편에서 계속)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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