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신규 자회사 딜로퀘스트를 설립했다. 파트너사에서 개발 중 계약 취소로 좌초된 '바람의나라2' 프로젝트를 자회사를 통해 되살릴 전망이다.
딜로퀘스트는 넥슨코리아에서 100% 출자하여 세웠다. 딜로퀘스트란 호칭은 아르마딜로의 껍질과 같은 단단한 토대 위에 게임 용어 '퀘스트'와 같이 좋은 게임을 선보이는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목할 점은 딜로퀘스트의 주축이 넥슨이 아닌 슈퍼캣의 이태성 개발자를 주축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태성 개발자는 슈퍼캣 시절 넥슨의 '바람의나라' IP 기반 모바일 게임 '바람의나라: 연' 개발을 총괄했던 인물로 딜로퀘스트에서 개발 총괄 부사장의 중책을 맡는다. 여기에 바람의나라: 연 라이브 퍼블리싱을 맡았던 김종율 퍼블리싱라이브본부 부본부장을 대표로 앉혀 힘을 실어줬다.
넥슨 측은 딜로퀘스트가 "넥슨이 보유한 IP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신작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핵심 멤버들의 이전작을 생각해보면 딜로퀘스트의 차기작은 '바람의나라'의 후속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딜로퀘스트의 회사 로고가 바람의나라와 같은 2D 픽셀 그래픽 풍으로 제작됐다는 점 또한 이러한 추측의 신빙성을 강화한다.
슈퍼캣은 당초 바람의나라: 연의 뒤를 이어 넥슨과 협력해 '바람의나라2'를 개발해왔다. 지난해 10월 넥슨이 개최한 30주년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 '넥스트 온'에서도 핵심 차기작 중 하나로 바람의나라2를 소개했다.
그러나 슈퍼캣과 넥슨은 올 1월 차기작 '환세취호전 온라인' 개발 협업을 취소한 데 이어 4월 들어 바람의나라2 관련 계약 또한 해지됐다. 업계에선 계약 해지의 결정적 원인이 이태성 개발자를 비롯한 바람의나라: 연 핵심 개발진의 이탈이라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이태성 개발자는 슈퍼캣 재임 이전 넥슨에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기획 실무자로 근무하며 '버블파이터',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등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바람의나라'의 광팬으로 원작 만화를 그린 김진 작가와도 꾸준히 연락하는 등 애정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넥슨, 신규 자회사 '딜로퀘스트' 설립…'바람의나라2' 되살리나
이미지 확대보기이태성 딜로퀘스트 개발 총괄 부사장이 슈퍼캣 재임 시절 '바람의나라: 연' 쇼케이스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바람의나라: 연 공식 유튜브 채널
넥슨이 파트너십 중단 후 퇴사자를 다시 선임하면서까지 바람의나라 후속작을 살리고자 하는 이유는 회사의 핵심 전략과도 부합하며 잠재적인 수요 또한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람의나라는 1996년 4월 출시된 한국 최초의 MMORPG다. 넥슨의 데뷔작으로 30주년을 앞둔 지금까지도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30주년 쇼케이스 '넥스트 온'에서 넥슨은 회사의 핵심 비전으로 'IP 프랜차이즈화'를 제시했다. 2022년에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 올해는 '마비노기 모바일'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는 등 기존 핵심 IP 기반 후속작들로 성과를 거둬왔다. 최근에는 '메이플스토리' IP 기반 신작 '메이플 키우기'가 출시 후 1개월 간 국내 양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딜로퀘스트 핵심 멤버들의 전작 바람의나라: 연 또한 2020년 출시 당시 국내 구글 매출 2위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게임 창작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 내에 선보인 '바람의나라 클래식'도 출시 1개월 만에 50만 명의 누적 접속자가 몰리는 등 게이머들의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넥슨은 2026년 중 공개 채용을 통해 딜로퀘스트 개발팀을 확대, 신작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김종율 딜로퀘스트 대표는 "신규 법인에서 넥슨의 개발 역량을 집중, 많은 이용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