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별명으로 '개발력의 엔씨'라는 말이 통용되던 때가 있었다. 자동사냥 중심의 모바일 MMORPG로 명성을 얻은 최근에는 많이 흐려진 별명이나 과거 '리니지2M', '아이온: 영원의 탑', '블레이드 앤 소울' 등 명작 PC MMORPG를 내던 시절에는 순수한 임 개발 역량 면에서 국내 톱이라는 평을 받았다.
올 11월 19일 국내와 대만 출시를 앞둔 '아이온 2'는 엔씨의 영광의 시절을 상징하는 게임 '아이온'의 정식 후속작이다. 원작의 명성을 잇는 높은 완성도를 갖춰 시장의 기대, 게이머들의 수요 모두를 만족시킬 게임이 될 가능성을 엿보았다.
엔씨는 오는 13일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 행사 '지스타 2025'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다. 전시를 앞두고 기자들을 상대로 지스타 시연 버전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 시연회를 선보였다.
아이온2 지스타 시연 버전은 던전 '우루구구 협곡' 곳곳을 탐험하며 중간보스 '심판자 우라훔' 혹은 '수호대장 라우르'를 물리친 후 최종 보스 '신성한 아울도르'를 물리치는 콘텐츠를 플레이할 수 있다. 총 체험 시간은 약 30분이다.
실제 시연해본 지스타 버전은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다는 느낌을 줬다. 디테일을 살릴수 있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넓은 공간을 현실적으로 구현한 그래픽적 완성도, 물 위와 아래를 자유로이 오가고 활강 또한 손쉽게 하는 등 다양한 모험 요소, 조인(새 인간)들의 영역이란 설정에 맞는 몬스터·전투 디자인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적절하게 구현됐다.
자동 사냥 기반 MMORPG를 탈피해 '조작성'을 강조한 것 또한 눈에 띈다. 적의 행동에 따라 적절한 QTE 액션이 자동으로 팝업되는 등 편의성 기능도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편의성'일 뿐, 이동키와 구르기 등을 통해 직접 적의 공격과 '장판'을 피하는 조작이 매우 중요하다.
보드 방향키 이동을 중심으로 한 조작에 최적화됐다는 점 또한 눈에 띄는 부분으로 원작 아이온보다 후시대 작품 블레이드 앤 소울을 떠올리게 한다. 원작 특유의 마우스 클릭 기반 이동에 익숙한 이들도 있을 것인 만큼 개발진은 '아이온 식 조작' 기능을 별도로 탑재해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아이온2 지스타 버전은 전반적으로 과거 수동 조작 MMORPG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현대적인 그래픽이 더해져 새로운 매력을 주는 신작이었다. 높은 고지대까지 날아보고, 물 속에서 다양한 보물을 찾는 등 던전 바깥의 월드맵을 탐험하고 싶다는 욕구가 절로 들었다.
개발진은 이에 관해 "지스타는 가족 단위 고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다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배려한 버전"이라며 "실제 출시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본격적인 플레이는 실제 게임을 통해 체험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온2는 2025년 하반기 게임업계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엔비디아가 서울 코엑스 광장에서 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도 아이온2 시연 버전 체험 공간을 마련한 엔씨의 부스가 파트너사 전시 공간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공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도 12만 명을 넘겼으며 지난달 1일에 진행한 특별 라이브 방송은 물론 이달 6일 저녁에 연 깜짝 방송도 단기간에 누적 조회수 10만 회를 돌파했다.
한 게임에 있어 '기대작'이라는 칭호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의 이면에는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 실패할 경우 후폭풍 또한 강하게 불 것이라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온2의 게임 전반이 지스타 시연 버전에서 보여준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면 리스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11월 19일 출시될 아이온2가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킨다면 2025년은 '개발력의 엔씨'가 돌아온 해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