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종주국' 한국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 등 여러 종목에서 화려한 성적을 거두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사업적 지속가능성 문제, 산업적 기틀 마련 등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7년 간 e스포츠 데이터 분석을 전문적으로 해온 '강소기업' PS애널리틱스의 박정운 대표와 LOL 종목의 현황, 국제전 성적 예측부터 e스포츠 산업 전반의 전망까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 주]
[프로관전러 P.S] ① 2025 롤드컵, 우승 0순위 후보는 '체급의 젠지'
[프로관전러 P.S] ② 샤이·스페이스 함께하는 '전문적 데이터 분석' [프로관전러 P.S] ③ e스포츠 산업화, 가능성 아닌 '증명' 필요한 때 [프로관전러 P.S] ④ "논문도 냈습니다"…'R&D'로 게임계에 기여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리는 한국이나, 시장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막대한 자본력을 내세운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게임사 인수, 대형 대회 주관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사이 한국은 선수들이 거둔 좋은 성적 외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8년 PS 애널리틱스를 창업한 박정운 대표는 "처음 업계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e스포츠란 '가능성에 집중하는 시장'이었다고 본다"면서도 "이제는 가능성만으론 자생할 수 없고 산업적, 생태계적으로 증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LOL e스포츠는 지난해 기준 중국 외 지역 최다 동시 시청자 수 670만 명,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분당 평균 시청자 수(AMA)는 3300만 명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지상파 방송인 MBC에서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결승전 중계권 계약을 맺기도 했다.
박정운 대표는 "e스포츠 업계를 구성하는 게임, IT, 광고 시장 모두가 각각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뷰어십의 숫자만으로 모두가 행복해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게임의 흥행, 규모와 별개로 각 구성원들이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콘텐츠에 대한 재미가 파편화될 미래에 대비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적 요소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짚었다.
PS에널리틱스는 이와 같이 어려운 e스포츠 생태계에서 '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유튜브 채널과 LOL 데이터 분석 사이트 운영 외에도 e스포츠 프로팀과 인터넷 방송인들을 위한 리포트, 개발 용역 등도 제공하고 있다.
LOL e스포츠의 기록 분석 직군에 대한 현황을 묻자 박 대표는 "사실은 이제 걸음마를 막 뗐고, 갈 길이 먼 단계라고 본다"며 "축구를 예로 들면 경기장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엑셀 등 프로그램에 올린 후 이를 자동화, 시스템화하는 체계를 잡아나갔다면 e스포츠 역시 이러한 단계에 놓인 셈"이라고 평했다.
[프로관전러 P.S] ③ e스포츠 산업화, 가능성 아닌 '증명' 필요한 때
이미지 확대보기PS 애널리틱스가 제공하는 'LOL PS' 멤버십 플랜 별 혜택 이미지. 사진=LOL PS 사이트 캡처
프로 구단들과 실제 협업 사례에 대해 묻자 그는 "프로 구단을 위한 B2B(기업 간 비즈니스) 솔루션 개발 초창기에는 LPL(중국 LOL 프로 리그) 팀과도 접촉했고 지금도 해외 팀 경기에 대한 데이터는 수집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LCK 팀들이며 논의 또한 한국 팀들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PS애널리틱스는 지난해 B2B 솔루션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당시 계약을 맺은 팀은 그 해 월드 챔피언십, 이른바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에는 KT 롤스터, 한화생명 e스포츠와 계약을 맺었으며 두 팀 모두 올해 롤드컵에 진출했다.
박정운 대표는 "LOL PS 멤버십 중 최고 등급 '엑스퍼트'의 서비스는 기본 제공하며 여기에 메타 데이터, 분석 보고서 등도 제공하고 있다"며 "코칭 스태프가 일일히 수집한 와드 위치 데이터 등 휴먼 리소스 기반 데이터, 게임사가 개발자 눈높이에 맞춰 제공한 데이터 등을 일반인도 보기 쉽게 가공하는 등 프로그래밍 관련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게임단과 소통은 일반적으로 코칭스태프의 '구체적 질문'을 받는 데서 출발한다. 박 대표는 "예를 들어 '이 챔피언으로 이 코어템을 올려도 좋냐?'는 질문을 받으면 '라인전에서 몇 백 골드 이상 앞서면 올렸을 때 승률이 잘 나오는 데이터가 있다'는 식의 구체적 답변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이 하는 역할에 대해 묻자 박 대표는 "승리를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실제 게임에선 실현이 어려워 괴리가 생길 수 있는데 데이터는 선수와 코치들이 세부적 플랜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정말 많지만 간단히 줄이자면 '게임이 진행되는 속도', '이득을 크게 볼 수 있는 계기' 두 가지에 집중하면 게임의 메타를 넓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