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에서 네 번째)가 2025년 7월 8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e스포츠 월드컵(EWC) 2025' 개막식에 참석했다. 사진=EWC재단
사우디아라비아가 e스포츠 기업, 기관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탈석유·신사업 프로젝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e스포츠 콘텐츠 분야에서 주도적 위치에 선다는 계획을 꾸준히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사우디 키디야는 최근 e스포츠 기업 RTS를 인수, 자회사로 편입했다. RTS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전 격투 게임 e스포츠 대회 'EVO(Evolution Championship Series)'의 판권·운영권을 가진 업체다.
무하나드 알다우드 키디야 최고 전략 책임자(CSO)는 링크드인을 통해 "e스포츠 사업, 나아가 게임 생태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RTS의 소유권을 완전히 취득했다"며 "키디야가 1996년 이래 세계 최대의 격투 게임 행사로 자리 잡은 EVO의 촉진제로 자리잡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키디야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 서남쪽에 건립되고 있는 프로젝트 도시다. 앞서 언급한 '비전 2030'에 있어 핵심이 되는 도시로 스포츠, e스포츠, 게이밍,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아우르는 콘텐츠 관광 허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53조원 쏟는다…사우디, 오일머니로 'e스포츠 왕국' 건립
이미지 확대보기2024년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EVO 2024' 행사장의 모습. 사진=RTS
사우디는 2020년도 들어 게임·e스포츠 분야 '큰 손'으로 거듭났다. RTS 외에도 국부 펀드(PIF)의 게임 전문 자회사 새비 게이밍 그룹(SGG)을 통해 2022년 유럽 최대 e스포츠 이벤트 주관기업으로 꼽히는 ESL(e스포츠 리그)를 인수했다.
이후 사우디 e스포츠 연맹과 ESL이 협력해 연례 종합 e스포츠 행사 'e스포츠 월드컵'을 2024년 정식 론칭했다. 오는 2026년에는 국가대항전 'e스포츠 네이션스 컵', 2027년에는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올림픽 e스포츠 게임즈'를 사우디에서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사우디가 e스포츠 분야에서 단기간에 영향력을 높일 수 있던 원동력으로 '오일 머니'라 불리는 자금력을 들 수 있다. 사우디 정부는 키디야 프로젝트에 총 750억달러(약 104조 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GG의 경영진들은 2022년 이래 수 차례 "글로벌 게임·e스포츠 시장에 총 380억 달러(약 53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e스포츠 종주국'이란 호칭을 내세워온 한국은 사우디의 오일 머니 공세에 맞서기 보단 현실적인 '공존'을 택하는 모양새다. 앞서 언급한 e스포츠 월드컵에 지난해와 올해 모두 국내 여러 프로게임단이 참여했으며 '리그 오브 레전드', '철권' 종목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 행사 '지스타 2024'에는 앞서 언급한 키디야의 공식 전시 부스가 열렸다. 한국 부산에 본부를 둔 국제e스포츠연맹(IESF)의 회장 역시 사우디의 왕족인 파이살 빈 반다르 빈 술탄 알 사우드 사우디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