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일, 미국 게임사 메가크릿의 턴제 전략 RPG '슬레이 더 스파이어(슬더스) 2'와 번지 소프트웨어의 1인칭 슈팅(FPS) 게임 '마라톤'이 출시됐다. 메가크릿은 약 10명 규모의 작은 인디 게임사, 번지 소프트웨어는 양대 콘솔 게임사 중 하나인 소니의 자회사로 업력 35년차, 직원 수 약 800명의 대기업이다.
그러나 이 승부에서 웃은 것은 '슬더스 2'였다. 출시 후 PC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수가 57만 명 넘게 모였다. 같은 시점에 마라톤의 최다 동시 접속자 수는 9만 명에 못 미쳤다.
두 게임의 희비가 엇갈리자 작은 게임사 메가크릿이 대기업 번지 소프트웨어에 사과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메가크릿 측은 두 게임의 출시 일이 겹치자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열정이 가득한 인디 프로젝트 마라톤을 응원해달라"며 반어법적이고 위트있는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실제 출시 후 슬더스2가 너무 크게 앞서가자 "응원이 아닌 조롱으로 비춰지는 상황이 됐다"며 유감을 표하는 입장문을 소셜 미디어에 게재했다.
인디 게임이 대작 게임들을 누르는 일은 더이상 낯설지가 않다. 프랑스 신생 게임사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데뷔작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는 불과 30여 명의 개발진이 만들었음에도 유수의 대작들을 누르고 지난해 최고의 신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호주 인디 게임 '할로우 나이트: 실크 송'도 전작 '할로우 나이트' 인기에 힘입어 520만 명 이상의 스팀 이용자 위시리스트에 등록됐다. 지난해 9월 실제 출시 후 싱글 플레이 패키지 게임이라는 한계를 넘어 58만 명의 동시 접속자를 끌어모았다.
게임계에서 다윗과 골리앗은 '자본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백억, 수천억 원의 개발비, 마케팅비를 쏟아도 게이머들의 취향을 맞추지 못하면 '재미있고 트렌디한' 인디 게임에 잡아먹힌다. 게임의 규모보다 먼저 게이머 취향을 저격할 명확한 차별점, 즉 '엣지'가 필요한 시대다.